아기 목도 못 가누는 산후조리원 '알바'

 

 

김모(28) 씨는 지난 10월에 출산한 뒤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 입원했다가 실망을 금치 못하고 뛰쳐나왔다.

신생아와 산모를 돌보는 직원이 일명 '알바'였기 때문.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지 며칠도 채 되지 않아 김 씨는 직원의 미숙함에 경악했다. "아기의 콧물을 빼내는 기구를 어디에서 파느냐"는 질문에 50대로 보이는 영유아실 담당직원이 “잘 모르겠으니 팀장에게 물어보겠다”며 자리를 뜬 것이다.

김 씨는 "알고 보니 약국에서 파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였다"면서 "이것조차 모르는 걸 보고서야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간호조무사가 아니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 뿐 아니었다. 제대로 목을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를 잘못 안는 바람에 아기 목이 꺾여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산모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 어제 있던 직원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 등 매일 아기와 산모를 담당하는 직원이 바뀌어서다.

또 다른 산모는 병원 직원이 "오늘 오기로 했던 알바가 갑자기 못 오게 됐다"고 곤란해하며 전화 통화를 하는 것까지 들었다.

밤낮이면 사람이 바뀌어 얼굴도 알기 어려운, 게다가 전문 지식도 없는 '알바'에게 아기를 맡길 수 없다는 불안감에 결국 김 씨는 산후조리원을 나왔다.

◈ '자격증 없다면 밤에 일하라'는 산후조리원

이처럼 일부 산후조리원에서 영유아실 근무자로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의료인 대신,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규직을 고용하기 힘든 야간 시간대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모들은 "밤낮 없는 신생아들에게는 야간 시간대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지 못할 거면 무엇 때문에 산후조리원에서 지내겠느냐"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실제로 산후조리원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20여 개를 직접 살펴본 결과 '산모 및 아기 돌보미'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곳이 심심찮게 발견됐다.

서울 시내 A 산후조리원은 "알바 경험이 있다면 (조무사) 자격증은 없어도 된다"면서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나이트(night)' 타임을 한 번 뛰면 일당 5만 원"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B 산후조리원 역시 "자격증은 없어도 되니 일만 잘 하고 꾸준히 나오면 직원으로 올려주겠다"고 말했다.

C 산후조리원은 "낮에 일하다가는 (자격증 없는 것이) 걸릴 수도 있으니, 밤에 와서 일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심지어 지방의 한 산후조리원은 아르바이트 공고에 '자격증 없어도 지원 가능'이라고 버젓이 명시해 놓기도 했다.

이들 산후조리원은 "산모와 아이가 없을 때도 있고 많아서 바쁠 때도 있기 때문에 정식 직원을 고용하기 힘들다"면서 "사람이 빠질 때는 아르바이트 직원도 빠져야 한다"고 털어놨다.

◈ '비전문 알바'규제할 법 마땅치 않아

상황이 이렇지만, 전문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이 영유아실에서 근무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실정이다. 관련 규정이 없어서다.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은 운영에 필요한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등의 인력을 갖춰야 한다.

이 때 '간호사 등의 인력'에는 미화원이나 조리원 같은 비의료인 직원도 포함된다는 게 보건복지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규정에 없다고 해서 자격 없는 사람을 영유아실 근무자로 쓰는 것은 법의 취지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유아 및 산모를 돌보는 일은 각별한 주의를 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전문 의료인의 관리가 필수적이란 의미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해도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을지는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악의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현 상태에서는 처벌이나 시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조차 미지수란 얘기다.

 

 

201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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