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인기 유통중인 미국산 '빨강웰빙호두' 제품에서 거미줄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됐다.
하지만 수입업체는 "농산물이니 벌레가 생길 수도 있다"는 해명만 내놓고 있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직장인 이모(36·여) 씨는 얼마 전 '빨강웰빙호두' 새 제품을 개봉했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호두 알알에 정체모를 하얀 이물질이 잔뜩 껴있었기 때문이다. 제품 봉지와 호두 사이사이에도 거미줄로 보이는 투명한 이물질이 붙어 있었다.
깜짝 놀란 이 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제품을 보여줘도 반응은 모두 똑같았다.
이 씨는 곧장 제품을 구매한 홈쇼핑 업체에 문의했지만 "미국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판매만 할 뿐"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또 "구매하고 바로 먹지 않다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환불을 해줬다.
하지만 이 씨는 "견과류는 원래 오래 두고 조금씩 먹는 식품인데다 유통기한도 한참 남아있는데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지난 9월 한 봉당 128g짜리 제품 10봉을 구매한 이 씨. 이 씨가 구매한 제품의 제조연도는 2012년이고 유통기한은 2014년 5월이었다.
놀라서 다른 제품도 개봉해 보니 6봉 중 4봉가량은 하얀 가루가 기름에 절어 포장 내부와 호두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특히 일년째 임신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이 씨의 충격은 더 컸다. 엄마들 사이에서 호두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출퇴근할 때마다 갖고 다니면서 먹으려 구매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나는 먹기 전에 발견했지만, 부모님이나 조카 등 다른 가족들이 미처 모르고 먹을 수 있던 걸 생각하면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제품 수입업체인 N 사는 "견과류는 자연산 농산물이기 때문에 벌레 먹은 사과나 쌀벌레가 생기는 것처럼 벌레나 거미줄 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제품 유통 과정에서 유입된 게 아니라, 생산된 호두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미처 발견되지 못한 것들이 그대로 포장됐을 수 있다는 것.
특히 호두 같은 경우 표면에 굴곡이 심해, 육안으로 발견하지 못한 벌레나 이물질이 끼어있거나 묻어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체 관계자는 "유기농 제품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유기농에 가까운 제품에는 까다롭게 불평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개봉하지 않은 새 제품은 실온에 보관하라는 안내사항이 있는데다, 질소충전 포장을 했다는 광고 등을 보면 이 같은 하자가 생기는 게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 게 소비자들의 얘기다.
국내산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경우 업체들은 보통 "생산 과정에는 문제가 없고 유통 과정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완제품으로 들어오는 수입산의 경우 책임 소재나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워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이 씨는 "자연산 농산물이면 제품 안에 벌레가 있어도 그만이란 얘기냐"면서 "수입업체나 홈쇼핑업체 모두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라고만 하는데, 찝찝함과 불안함은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