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 처음 문을 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조광시장은 청과물 도매상 150여 곳이 모여 있는 전통시장이다.
최근 이곳 상인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지고 근심만 가득하다. 왕복 4차선 도로 건너편, 옛 민주당사 건물 1층에서 벌어지는 공사 때문이다.
이곳은 한 중소유통업체가 최근 법인을 설립해 만든 A 마트의 공사 현장으로, 내년 1월 개점을 위해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이 마트의 거리가 시장과 불과 10m 안팎이어서 상인들은 필사적이다.
조광시장과 함께 청과상을 해온 나주상회 전영희(68·여) 씨는 "가뜩이나 근처에 대형 마트가 있는데 바로 코 앞에 마트가 들어와 다 죽게 생겼다"면서 "이제는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청과 이강임(63·여) 씨는 "도매 특성상 가게 앞에 화물차를 대고 물건을 내린다"면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정차를 평일에 허용하지만 마트가 들어서면 교통량이 많아져 이 마저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조광시장 상인 130여 명은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청에 해당 슈퍼마켓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무용지물일 뿐이다.
SSM 규제를 위해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는 연면적 3000㎡ 이상, 대기업 지분이 51% 이상인 마트에 대해서만 전통시장 반경 1km 내에서 출점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대기업 소유도 아니고, 규모도 2200㎡에 불과해 규제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해당 마트는 중소유통업체에서 법인을 설립해 개점이 진행 중"이라면서 "면적도 규제 대상 이하이기 때문에 상인들이 반발해도 제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광시장 상인 130여 명이 서울 영등포구청에 제출한 청원서와 반대서명.
201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