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다. 과음 뒤 한숨 자고 출근길 운전대를 잡으면 음주 단속에 걸릴까. 정답은 'Yes'다.
전날 과음 뒤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침에 운전대를 잡으면 음주 단속은 물론 목숨까지 담보로 잡는 셈이다.
22일 새벽 5시, 동이 트기도 전에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도로에서는 경찰의 음주 단속이 실시됐다. 술이 덜 깬 채 운전대를 잡는 시민들이 불시 단속 대상이 됐다.
시작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단속 경찰의 알코올 측정기에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붉은색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어제 10시까지 소주 1병 밖에 안 마셨어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정모(41) 씨가 호흡측정기를 불자 측정기 LED 화면에 숫자가 급속도로 올라갔다.
단속 경찰이 "혈중 알코올 농도 0.082%로 면허 정지 수치가 나왔다"고 말하자 정 씨는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정 씨는 "한숨 푹 자서 괜찮을 줄 알고 출근길에 차를 몰고 나왔다"면서 "딱 100m 몰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강서경찰서 경찰이 면허 정지 수치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2%가 나온 측정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정 씨가 단속되는 사이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했다. 단속 현장을 보고 곧바로 차를 유턴해 도주하는 차량을 추격했던 것.
결국 전모(31) 씨는 도주를 포기하고 호흡측정기를 불 수밖에 없었다. 1시간 전까지 술을 마시고 차를 몬 전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2%, 역시 면허 정지 수치였다.
'왜 운전대를 잡았나', '아침에 단속하는 줄 몰랐나'라는 질문에 전 씨는 굳은 표정으로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딱 어제 오후 7시까지 막걸리 1병 마셨어요. 내가 걸릴 리가 있나. 허허허".
이모(53) 씨는 10시간 전 마신 술이 음주 단속에 빌미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이 씨가 분 호흡측정기 수치는 멈출 줄 몰랐다. 0.069%가 나와 면허 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이날 새벽 6시까지 단 1시간 동안 이곳에서 단속된 이들만 모두 6명. 이 가운데 3명은 아슬아슬하게 수치를 넘지 않아 훈방 조치됐다.
0.033%가 나와 훈방 조치된 박모(60) 씨는 "어젯밤 반주로 소주 딱 1병를 마셨는데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면서 "앞으로는 전날 과음하면 차를 놓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단속에 참여한 서울 강서경찰서 신민철 경위는 "전날 저녁에 술을 많이 먹고 아침이되면 깼으려니 생각해서 안심하고 가는 음주운전 단속자가 있다"면서 "사고 예방을 위해 새벽 출근시간대 음주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새벽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경찰이 불시 출근길 음주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3달 동안 발생한 음주사고 7367건 가운데 오전 5~9시 사이에 발생한 사고는 739건, 10%에 달해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을 차지한다.
경찰은 이날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 기간으로 정해, 매주 금요일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는 일제 음주단속을 실시한다. 또 출근길에도 불시에 음주 단속을 전개할 방침이다.
2013-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