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단 뭐하러 갔나"…'더 꼬인' 한미FTA



국회 외교통상위 소속 의원들이 6박 7일간의 방미(訪美)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별다른 소득도 없이 시간과 비용만 허비하고 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미FTA 비준 전망에 대한 여야 시각차만 더 극명해져, 가뜩이나 꼬일대로 꼬인 동의안 처리 여부도 한층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측 간사인 황진하 의원은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국의 전반적 분위기를 감지하고 파악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이번 방미 성과를 평가했다.

황 의원은 또 "상당히 거물급들을 많이 만났다"며 "미국도 (한미FTA 비준안이)통과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구동성으로 같은 목소리를 냈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특히 "한 40명 만났는데 한국이 선(先)비준해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고 덧붙였다.

외교통상위원장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 역시 황 의원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재협상을 거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대부분은 미 의회가 반드시 비준할 것이라고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방미단은 이번 일정에서 차기 보건후생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톰 대슐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 리차드 루거와 척 헤이글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잇따라 만났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전신(前身)이 될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은 만나지 못해, 실제 '전반적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 민주당, 한나라당과 상반된 목소리

당장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온 민주당측은 사뭇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측 간사인 문학진 의원 역시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했지만 "미국에서 한미FTA는 전혀 토픽이 되지 않고 있다"고 잘라말했다.

문 의원은 미국 의회의 비준안 처리 시기에 대해 "딱 부러지게 얘기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오바마만이 알 것이라는 게 공통된 얘기"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또 "미국 의회의 레임덕세션에 맞춰 압박하고 설득하자는 게 한나라당 얘기였다"며 "하지만 지난주에 이미 (레임덕세션은) 끝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비준'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문제를 해결하느라 코가 석자인 판에 우리가 이렇게 할테니 너희도 빨리 해달라고 하면 오히려 그쪽이 화를 내지 않겠느냐"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 '오바마 이후-남북관계' 상반된 전망

양당 간사는 또 오바마 체제 이후의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180도 다른 전망을 내놨다.

황진하 의원은 이른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대해 "(대북 정책이) 그로 인해 좌지우지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학진 의원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자, 자기중심적 판단"이라며 "발상의 대전환이 있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온 양당이 이처럼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도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마치 임진왜란 직전 일본을 다녀온 황윤길과 김성일이 왜구의 침략 가능성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내놓은 것과 흡사하다"고 꼬집었다.

그때처럼 지금도 '국익'보다 '당파 싸움'이 우선하고 있다는 얘기다.

2008-11-24 오전 10: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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