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재오, 내년초 귀환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내년초 전격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총선 패배 이후 지난 5월말 도미(渡美)해 워싱턴에 머무른지 근 8개월만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받쳐줄 '리더십 부재'로 고전해온 현 여권도 집권 2년차를 맞아 '복귀'하는 그를 중심으로 각종 '개혁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CBS가 27일 여권 핵심 관계자 등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는 다음달 21일부터 세계 일주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먼저 대략 2주 동안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콜롬비아의 보고타 등 남미 일대를 둘러볼 예정이다.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한국현대정치를 강의하고 있는 그는 12월초 워싱턴으로 복귀, 남은 강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 측근은 "이미 약속이 잡힌 초청 강의 일정이 빽빽하다"며 "12월 중순이면 강의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강의 일정을 모두 마치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을 거쳐, 한 달 가까이 아프리카 등지를 탐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1월 중순쯤 이집트 카이로를 출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C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명실상부한 '정권 2인자'로 불려온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는 향후 정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그동안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개혁 작업을 선봉에서 진두지휘할 사령탑이 없다"는 탄식과 함께 끊임없이 그의 복귀 시기를 저울질해온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나라당 내부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 지도부가 중대 사안마다 청와대와의 소통에서 일정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복심'(腹心)인 이 전 최고위원만이 정국을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상당히 폭넓게 형성돼있다.

특히 현 경제 위기 상황과 맞물려 "이명박 대통령의 '고심'을 해결해줄 사람은 역시 그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력 1인자'에게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주변 인사는 여전히 이 전 최고위원뿐이란 것이다.

지난 3월 총선 직전 민심을 감안, 이른바 '55인 항명 파동'을 주도하며 대통령 친형의 공천 불출마를 촉구한 게 그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정치인의 '생명'인 총선을 앞두고 반대 여론이 훨씬 높은 '대운하 전도사'를 자임한 점도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부채 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특히 역학구도상 차기 권력의 '바로미터'가 될 전당대회가 다가오는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친이'의 구심점도 결국 그밖에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재오 전 최고위원측은 '복귀 시기'를 못박는 데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핵심 측근은 "당초 여행 계획에는 인도와 중국 방문 일정도 잡혀있었다"며 "비용 문제로 경유지 차원에서 서울에 들르는 방안이 검토된 걸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이 전 최고위원측은 또 "귀국한다면 100% 본인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에 대한 섣부른 관측을 경계했다.

2008-10-27 오후 10: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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