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헬기 충돌 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의 항공장애등이 "법 규정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엉뚱한 이유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빠져있던 것으로 19일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아이파크 아파트의 항공장애등이 사고 당시 꺼져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항공장애등이 켜져 있었는지 여부 등은 항공법 등에 따르므로 경찰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관리주체로 지목받은 강남구청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아이파크 아파트 항공장애등 관리주체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서울지방항공청"이라며 "항공장애등 관리 감독책임이 있는 구청이 사고 아파트의 항공장애등을 관리하지 않았다는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항공법과 항공법 시행령에 따르면 항공장애등 관리 책임은 가장 가까운 서울공항에 있기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관리해야 한다"며 "항공장애등이 꺼져 있었다면 그 책임도 역시 국토교통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항공법 제83조를 보면, 국토교통부령에 따라 정해진 구조물에는 모두 항공장애 표시등 및 항공장애 주간(晝間)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항공법 시행령을 살펴보면 비행장 표점(공항 중심)으로부터 반지름 15킬로미터 밖의 지역에는 항공장애 표시등 및 항공장애 주간표지의 설치·관리에 관한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관해 강남구청은 항공법 시행령에서 말하는 비행장 표점을 김포공항이 아닌 가장 가까운 서울공항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서울공항이 사고지점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서 11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항공청이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항공청 관계자는 "서울공항은 민항기가 다니지 않는 군사 시설"이라며 "군 시설은 항공법이 아닌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예외로 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공항으로부터 15km 이내라면 항공청이 관리해야 하지만, 군사시설과 군에서 정한 비행안전구역 등은 군에서 관리한다"며 "군용 비행장인 서울공항은 항공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항공법의 표점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청 관계자 역시 "김포공항을 기준으로 삼아 강남구청이 맡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련 행정기관들이 서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바람에 해당 항공장애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당 아파트를 항공청 담당 구역으로 해석해 감독할 생각을 못했다"며 "최근 들어 해당 건물의 항공장애등을 관리한 적은 없었다"고 인정했다.
서울시청 역시 "시에 권한이 위임돼도 곧바로 해당 구청으로 다시 위임하므로 시에서는 관리 감독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고, 항공청 역시 "감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구청과 항공청 사이에 책임공방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사고가 벌어지기 전까지 서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관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무주공산 상태라는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항공법 시행령과 시행규칙만 봤는데, 특례조항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일반 공무원으로서는 이런 특이한 사례까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2010년과 10월 관련 공문이 왔다"며 "관련 법규를 깊이 파악해야 했는데 착오가 있어 감독하지 않았다"며 뒤늦게 책임을 인정했다.
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