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대형은행인 HSBC 은행이 노동청의 명령으로 지급한 성과급을 다시 돌려받겠다며 한 퇴직자를 상대로 사실상 민사소송에 착수했다.
앞서 HSBC은행은 지난 3월 '상사와 퇴직 여부를 놓고 고민 상담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송모(34·여) 씨에게 1,300여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송 씨와 해당 상사는 "송 씨가 퇴직을 고민했을 뿐, 실제로 퇴직하려던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은행은 "사직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도 회사 방침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의 성과급은 '지난해 노동한 대가'(total gross variable pay for 2012)이므로, 설사 퇴직을 하더라도 지급돼야 한다는 게 송 씨의 입장이었다.
이를 두고 계속 회사와 갈등을 빚던 송 씨는 끝내 지난 5월 말 퇴사했다. 직장인이라면 흔히 내뱉곤 하는 "회사 그만둬야 하나"란 한마디가 실제 퇴직으로 이어진 셈이다.
결국 HSBC은행은 송 씨가 퇴직할 때에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다가, 송 씨의 신고로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지급 결정이 내려진 뒤에야 문제의 성과급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HSBC은행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성과급 지급분을 되돌려받겠다며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만약 법원의 지급명령서가 송달됐는데 송 씨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지급명령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져 성과급을 돌려줘야 한다.
현재 양측의 입장이 180도 달라 사실상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 씨는 이의신청을 하고 은행의 답변서를 기다리면서도, 은행이 소를 취하해서 화해할 수 있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성과급을 받지 못한 다른 퇴직자들에게 "송 씨처럼 성과급을 요구하는 퇴직자는 모두 소송을 걸겠다"던 HSBC은행의 위협이 실제로 벌어지게 된 셈이다.
송 씨는 "10년 동안 일하며 정들었던 직장으로부터 소송까지 당할 위기에 놓이니 속상하다"며 "노동청이 손을 들어준 만큼 소송에서도 이길 자신은 있지만, 회사가 계속 항소한다면 받은 성과급보다 더 많은 돈을 소송비용에 쓸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이어 "결국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못하게 하려고 나를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 같다"며 "좋게 끝나기를 원했는데 회사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CBS는 은행측 입장과 향후 소송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HSBC은행 관계자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회사 공식 입장은 노코멘트"라며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2013-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