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려달라는 분담금…美軍 맘대로 써도 '속수무책'


한국이 분담하는 미군(美軍) 방위비가 본연의 '동맹 방위력 증강'보다는 '주둔' 자체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이 우리측 동의 없이 2사단 이전에 분담금을 쓰는 것은 협정 위반 행위이나, 이에 대한 제재 수단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CBS가 입수한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조사 분석 문건에서 밝혀졌다.

◆'인건비-건설비'만 커지는 분담금=입법조사처는 최근 민주당 천정배 의원에게 보낸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현황과 문제점>이란 제목의 '입법조사 회답' 문건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적시했다.

문건에 따르면, 한국이 내는 분담금은 '작전 능력 향상이나 증강'보다는 주한미군의 시설 지원 등 '주둔 안정성 위주'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는 첫 협정이 체결된 지난 1991년 1073억원이던 것이 현재는 7415억원으로 6.91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방비 증가폭인 3.57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은 지난 1966년 이후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따라 주한미군 경비를 전액 부담했지만, 1991년부터 예외규정인 'SMA'(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를 통해 한국측 분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인건비와 건설비는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연합태세 강화를 위한 방위력 증강 사업비나 군수 지원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는 전체 분담금 가운데 각각 40.7%와 42.6%로 책정됐다. 군사시설 건설비도 각각 41.0%와 35.6%로 높게 책정됐다.

◆분담 방식 근본적 변화 필요=반면 '동맹의 핵심'인 연합방위증강사업비는 아예 책정되지 않았다. 군수지원비도 각각 21.8%와 18.3%로 낮게 책정됐다.

입법조사처는 특히 현행 분담 방식이 총액만 명시할 뿐, 미국이 지급된 분담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며 '일본 방식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행 방식은 용산기지 이전이나 이라크 파병 비용 등 변화 요인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것.

일본은 현재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에서 지원 분야만 명시하는 '소요 충족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처럼 실제 소요에 기초한 현물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만 분담금 사용처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미군에 대한 토지 임대나 세금 면제, 공공요금 할인 같은 '간접 지원 비용'이 턱없이 낮게 평가돼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 2000년의 경우 한국이 미국에 지원한 간접비용은 7억 7300만 달러에 이르지만, 미국은 이를 절반으로 뚝 잘라 3억 6300만 달러 수준으로 평가했다.

◆기지 이전 전용은 '협정 위반'=미군의 자의적 예산 전용을 지적하긴 예산정책처도 마찬가지다.

예산정책처는 <방위비분담금 규모, 비용결정방식, 사용의 타당성>이란 문건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분담금의 미2사단 이전비 전용은 국내법인 국가재정법은 물론, 한미간 '예외규정'인 SMA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은 'SMA는 국회가 분담금 총액과 사업 항목을 한정해 비준 동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따라서 '비록 분담금 사용 주체가 미국이더라도 한국의 동의와 승인 없이 내역을 변경해 사용하면 SMA 위반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지난 2004년 개정된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르면, 미군기지 23곳의 이전 비용은 미국이 전액 부담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이를 뒤엎고 "기지 이전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며, 사상 최대인 분담금 14.5%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위반해도 제재 수단은 없다=상황이 이렇지만, 미국이 분담금을 기지 이전에 전용한다 해도 이를 제재할 수단은 전무한 상태다.

17년이나 적용되어온 현행 SMA에는 벌칙 조항이나 불이익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향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약정 위반에 대비한 법제도적 보완조치를 반영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 역시 "분담금에 대한 실질적인 예산심의의결권 확보가 필요하다"며 국회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는 행정부 견제 감시를 위해 설치된 입법부 산하 기관으로, 여야를 초월한 중립적 전문가들로 구성돼있다.

이에 따라 9월 정기국회에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의 태생적 문제점과 정부의 향후 협상 과정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008-08-30 오후 2: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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