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드라이브식' 대리 서명? "큰코 다쳐요!"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본인이 직접 서명해야 하지만 종업원이 대신 서명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대리 서명으로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할 경우 피해금액 전액을 보상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결제기가 안에 있어 서명받기 곤란"…대리 서명하는 맥드라이브

지난 22일 서울의 한 '맥드라이브' 매장에서도 대리 서명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맥드라이브는 자동차를 탄 상태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맥도널드 매장의 한 형태로, 편리함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가 햄버거를 주문한 뒤 신용카드로 결제를 요구하자, 종업원은 카드결제기에 카드를 긁은 뒤 전자 서명기에 임의로 서명을 입력했다.

종업원은 '신용카드 서명은 본인이 직접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카드결제기가 안에 있어 서명을 받기 곤란하다"며 "일반 매장 안에서는 고객의 서명을 직접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대리 서명은 비단 맥드라이브뿐이 아니다. 손님이 몰리는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는 종업원이 서명기에 점을 찍거나 한줄로 줄을 긋는 등 대리 서명을 하는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모(33) 씨는 "종업원이 신용카드를 긁은 뒤 내 의사도 묻지 않고 전자 서명패드에 서명하는 경우를 자주 겪었다"면서 "바쁠 때는 이해하지만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주는 "최근 소액에 대해 서명을 생략하는 상점이 늘어나다 보니, 오히려 서명 자체를 귀찮아하며 대신해달라는 고객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대리 서명하면 신용카드 도난·분실했을 때 회원, 가맹점 양측 불이익

문제는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경우 대리 서명 때문에 부정사용한 금액을 전액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뒤 즉시 카드사에 신고하면 60일 전까지 부정사용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곧바로 신고했더라도 회원에게 과실 사유가 있다면 보상이 제한된다. 신용카드 뒷면 서명과 결제 서명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카드 분실로 뒷면 서명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 이전 카드전표 서명의 일률성을 조사하기도 하는데, 대리 서명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가맹점주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 법률상 가맹점은 부정사용을 막기 위해 신용카드를 본인이 정당하게 사용하는지 확인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대리 서명은 확인을 포기하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리 서명한 카드가 도난·분실 카드일 때, 가맹점은 30~50%까지 책임을 지게 된다.

여신금융협회 김해철 홍보팀장은 "가맹점에서 반드시 회원 본인이 서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맹점과 회원 모두 가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도난이나 위·변조 시 모두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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