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면 외벽 '뿌지직'…우면동 '날림APT' 입주 임박

 

 

입주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가 저가 자재를 사용하고 졸속으로 공사하는 등 부실 덩어리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초구 우면동 참누리 에코리치 아파트 입주예정자 김용각(56) 씨는 보름 전쯤 사전점검차 아파트에 들렀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입주 예정일은 오는 31일. 당시 입주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파트는 여전히 공사중이었던 것.

 

화장실 변기가 안방에 들어와있기도 하고, 거실과 방 바닥을 보려 해도 골판지로 덮고 테이프로 붙여놔 무슨 재질인지 알 길이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던 김 씨를 비롯한 수십명의 입주민들은 여기저기서 고성을 내기 시작했다. 아파트가 그야말로 '부실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화장실 변기가 안방에 들어와있기도 하고, 거실과 방 바닥을 보려 해도 골판지로 덮고 테이프로 붙여놔 무슨 재질인지 알 길이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던 김 씨를 비롯한 수십명의 입주민들은 여기저기서 고성을 내기 시작했다. 아파트가 그야말로 '부실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아직 단 하루도, 단 한 명도 살지 않았던 아파트임에도 주방이나 지하주차장 벽이 갈라져 물이 새는 건 물론, 바닥이나 벽면에 깐 타일 틈새도 곳곳이 벌어져 있었다.

설계와도 달랐다. 방 4개 가운데 3개 방 창문은 전 창, 나머지 창문만 반 창으로 돼 있던 모델하우스와는 달리 한 개만 제외하고 나머지 방 창문이 모두 반 창으로만 돼 있던 것이다.

조경도 마찬가지. 34억이 들었다는 조경은 소나무의 수량과 크기에서 설계와 크게 달랐다. 직경이 50cm인 소나무도 처음 설계와는 달리 11그루가 부족하고, 직경 40cm인 소나무도 3그루가 적었다.

설계의 대부분을 차지한 직경 12cm 자작나무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보다 절반 크기의 자작나무들이 주를 이뤘다. 편백나무 수는 60그루나 부족했다.

원가 절감을 위한 '저가 자재' 논란도 일었다. 테라스 아래 둘러진 외벽 장식과 일부 기둥이 손으로 뜯길 정도로 부실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시멘트나 석재로 보였지만 알고보니 온통 스티로폼으로 돼 있었다. 집안과 아파트 외부에 스티로폼 가루가 날렸다. 미관도 미관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안전 문제'였다.

김 씨는 "스티로폼으로 된 외벽 장식은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이라면서 "태풍이나 강풍이 불면 쉽게 떨어질 수도 있고, 테라스 바로 아래에 설치돼 있어 어린 애들이 잘못 딛기라도 하면 추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입주민 김영호(52) 씨는 "화재라도 나면 동 전체가 큰일"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인화성 강한 물질로 돼 있던 외벽을 타고 20분 만에 38층 꼭대기까지 번졌던 대형 화재를 예로 들었다.

"아래층이나 위층에서 화재가 나면 스티로폼 재질인 외벽 기둥과 장식을 타고 순식간에 고층으로 번질 것이고, 그 때 발생하는 유독가스도 고스란히 집안 내부로 들어올 것"이란 얘기다.

◈ 가산비 378억은 어디에? 정보공개 요청했지만 "비공개항목"

부실 논란에 휩싸인 서초 참누리 아파트는 "보금자리지구에 중산층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겠다"며 정부가 도입한 첫 번째 민간분양 아파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값싸게 수용해 조성한 땅을 건설사가 매입해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바로 맞은편 공공분양보다 두 배 높은 가격으로 분양됐다.

입주 세대는 총 550세대. 평(3.3㎡)당 1980만원, 45평 아파트일 경우 분양비는 9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해당 아파트는 디자인을 위해 378억이 가산비로 측정됐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빌트인 가구의 깨짐·균열 현상과 설계와는 다른 조경 등 실사 결과로 볼 때 수백억 원의 가산비가 투입된 아파트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주민들은 가산비 내역 공개를 요청했지만 시공사와 서초구청은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거부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법인의 경영과 영업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주민들은 "국민의 재산권이나 생활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을 때에는 비공개사항이라도 공개하도록 돼 있다"면서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주민들은 또 분양가 심의내용과 건축가산비의 산출근거를 공시하도록 한 주택법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시공사와 구청측은 끝까지 '비공개항목'을 이유로 귀를 닫았다.

김 씨는 "입주민들은 부실 졸속 공사로 재산권은 물론 생활 편리도 침해를 당하고 있고 가산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권리가 있는데도, 구청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 '부실공사·저가자재' 논란…"다른 아파트도 마찬가지. 문제 없다"

시공사측은 주민들의 부실공사 비판에 대해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는 입장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외벽 장식이나 기둥들은 스티로폼과 아연을 압축해서 만든 것으로 보편적으로 외벽 장식에 쓰이는 자재"라면서 "이 아파트가 문제라면 다른 아파트도 전부 문제삼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원래 법상으로는 되지 않는데 주민들의 요구가 심해 정보공개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하자가 있다고 주민들이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하면서 보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할 내 건축물에 대한 관리·감독과 승인을 맡은 서초구청 측은 "민간공사이기 때문에 감리업체로부터 준공 서류가 넘어와야 구청에서 권한을 가진다"면서 "아직 구청 쪽으로 넘어오지 않아 지금은 검토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입주를 일주일 남짓 남긴 이 아파트는 현재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원이 아닌 건장한 남성들이 지키고 서서 주민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부실공사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아지자 시공사 측에서 용역을 동원한 것.

15년 동안 맞벌이하면서 처음으로 새 집을 갖게 된 김 씨는 이같은 상황이 원통하기만 하다. "집이 엉터리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속상한데 수억 원을 지불한 내 집에 내 마음대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2013-10-23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