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불안에도 정작 일본은 '불감지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지구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일본인들은 별다른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매대에서 판매하는 후쿠시마산 먹거리에도 거부감이 없을 정도여서, 일본 국민들의 ‘불감증’ 혹은 ‘정부 신뢰’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마트 매대에 쌓여 있는 ‘후쿠시마’산 먹거리, 가격 차이 3배

 

최근 찾아간 일본 오사카(大阪)의 한 저가형 마트에선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후쿠시마 특산물인 복숭아나 배가 매대에 한가득 쌓인 채 손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트 손님들은 주저없이 바구니 안에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집어넣었다. 별다른 거부감은 보이지 않았다.

◈“후쿠시마산 먹거리? 정부가 괜찮다면 먹어요”

실제로 거리에서 들어본 일본인들의 반응도 이런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쿠시마산 먹거리를 먹는데 거리낌이 없어보였다.

오사카 난바역 인근에서 한 살배기 아들을 안고 길을 걷던 주부 카타오카(37·여) 씨는 “방사능이 신경 쓰이기는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후쿠시마산 채소나 고기, 과일은 먹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정확히 조사해서 수치가 기준치 이하면 괜찮다”고 덧붙였다.

오사카 쿠로몬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던 히로코(70) 할머니도 "방사능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며 "후쿠시마산 농산물도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검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면 먹지 않겠지만 이하라면 먹는다”며 “정부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택시기사 야마다(58) 씨는 “오사카는 후쿠시마에서 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일동포들 “한일 양쪽 정보를 듣다 보니 이곳 정보통제 느껴”

한일 양측의 정보를 듣는 재일동포들은 이런 일본인들의 태도에 대해 "정부에 대한 ‘신뢰’ 때문이지만, 결국 ‘정보통제’로 인한 낙관에서 나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재일동포 2세인 권애자(37·여) 씨는 “한국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민감하지가 않다”면서 “정부가 아니라고 한다면 100%는 아니라도 80%는 믿는 게 일본인”이라고 설명했다.

15년 전 일본에 정착한 김경희(38·여) 씨도 “절대로 후쿠시마산 먹거리를 먹지 않는다”면서 “장을 볼 때도 지도를 들고 다니면서 후쿠시마에서 가까운 지역의 먹거리를 아예 사지 않는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곳 뉴스를 보면 후쿠시마 관련 소식은 나오지 않고 백두산 분화 등 다른 소식에 더 민감하다”면서 “대체 무엇을 숨기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재일교포 2세 이붕자(37·여) 씨는 “한국에서는 방사능에 대한 보도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등의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일본이란 나라 자체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진실을 잘 말하려 하지 않는다는 불신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쿠시마산 먹거리는 같은 가격이면 더 싸기 때문에 노인들이나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많이 소비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작 일본인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전 세계가 불안해하는 방사능 유출. 일본 정부가 자국민을 위해서라도 투명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2013-10-1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