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린’ 김용판, 굳은 오른손을 들어라

 

 

‘역시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또다시 거부하자 국감장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다른 증인과 참고인이 선서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들었지만 김 전 청장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지난 8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조사의 반복이었다.

결국 경찰청 국감은 김 전 청장을 배제한 채 진행돼 파행으로 치닫진 않는 듯했으나 결국 파행이었다.

논쟁의 핵심인 그가 없었기 때문에, 증인 심문은 사건의 본질과는 떨어진 지엽적인 내용에 대한 지루한 공방으로만 채워졌다.

김 전 청장은 표류하는 기나긴 국감 시간 동안 굳은 표정으로 증인석에 앉아 있기만 했다. 요즘 말로 ‘멍 때리다’는 표현의 가장 정확한 용례였으리라.

선서하지 않는데도 꼬박꼬박 증인으로 김 전 청장이 출석하는 이유는 뭘까.

결국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법률상 출석을 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국조 때와 같은 김 전 청장의 선서 거부 논리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현재 재판 진행 중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3조1항과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선서와 증언, 서류 제출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의 논리는 국조 이후 두 달이 지나면서 더더욱 설득력을 잃었다. 백번 양보해 국조 시점은 김 전 청장의 재판이 열리기 전이라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해도 이번 국감은 재판이 3분의 2 이상 진행된 시점이었다.

김 전 청장은 재판에 임했던 입장 그대로 증인심문에 일관되게 임한다면 그의 말대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국 김 전 청장의 거듭된 선서 거부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공권력을 책임지는 수장을 역임한 이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반복하는 셈이다.

그에게는 아직 기회가 한 번 더 남아 있다. 오는 17일 열리는 서울지방경찰청 국감은 그의 마지막 기회다.

또다시 증인으로 채택된 김 전 청장이 진정으로 국정원 사건 수사를 은폐·축소하지 않았다면 세 번째 선서 거부는 없어야 한다.

그의 오른손이 양심에 따라 움직이길 기대한다.

 

 

201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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