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취하 합의금 노린 '브랜드 사냥꾼' 활개

 

 

인터넷 중고 사이트나 블로그 등에서 유명 브랜드 이미테이션(모조) 제품을 잘못 팔았다가 고소를 당해 '합의금 덤터기'를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A(27) 씨는 얼마 전 인터넷 블로그에서 쓰던 물건을 판매하려다 고소를 당할 뻔했다.

A 씨가 팔려고 내놓은 중고 물건은 유명 브랜드 액세서리의 모조품이었다. 물건의 특징을 설명하는 판매 글에서 A 씨는 별생각 없이 해당 브랜드 이름을 언급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A 씨는 자신을 "해당 브랜드의 위임 변호사"라고 소개하는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B 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A 씨가 모조품 판매로 상표법을 위반해서 고소할 예정"이라는 것.

그런데 변호사 B 씨는 "합의금 200만 원 상당을 보내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며 조건을 제시했다. 깜짝 놀란 A 씨가 당황해하자 "미성년자나 대학생이라면 합의금을 얼마간 깎아줄 용의도 있다"고 협상을 걸었다.

A 씨는 "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니 할 말이 없다"면서도 "요즘 소위 '명품 스타일'이라며 이런저런 물건을 많이 팔기에 문제가 되는 줄 미처 몰랐다"고 털어놨다.

◈'저작권' 이어 '상표법' 노린 사냥꾼

이처럼 인터넷에서 브랜드 로고가 달린 제품을 잘못 팔았다가 법무법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일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저작권 고소'도 비슷한 사례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이나 폰트(서체)를 사용하거나, 무심코 소설 등의 저작물을 내려받았다가 법무법인으로부터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하는 경우다.

이를 놓고도 일부 법무법인이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고소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법률 관계자들은 상표법 고소에 대해서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합의금을 받아내는 사례와 거의 흡사하다"면서 "고소 남발은 문제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작권법과 달리 상표법 위반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거액에 고소 취하 합의를 해도 얼마든지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일반인의 경우 합의금을 주고 고소를 취하하면 그걸로 끝인 줄 알 수도 있겠지만, 상표법 위반은 수사기관이 다시 단속하거나 조사할 수 있는 비(非)친고죄"라고 설명했다.

자신도 모르게, 어쩌다 한 번 중고물품을 파는 개인 판매자들까지 '파파라치'처럼 잡아내 고소장을 내미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상업적 목적으로 다량의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과는 다르다는 걸 참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상표권자의 위임에 따른 사적 단속과 경고 조치 수준이면 몰라도, 법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통상의 기준 이상으로 겁을 주거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표법 위반 고소로 영업하는 법무법인이 업계에 많은 편"이라며 "위법도 아닌데다 판매자 또한 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서 막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합의금 노린 '고소 공해'에 정작 규제는 저 멀리…

무차별 고소 남발에 따른 경찰의 업무 과중도 문제다. 형식상 접수된 고소라 해도 경찰 입장에서는 모두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일부 법무법인은 상표권 관리 업무를 위임받은 것인데도 돈만 받으면 바로 고소를 취하한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의 이러한 '합의금 장사'가 브랜드 본사 등 상표권자 보호라는 당초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 역시 만만치 않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들이 합의금 영업하는 것이 정작 상표권자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모르겠다"고 평가절하했다.

 

 

201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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