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촛불' 등으로 바닥친 지지율 반전을 위해 '감세(減稅) 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걸고 나섰다.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내건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그 첫번째 방안인 '규제 개혁'에 이어, 두번째 카드로 '누구도 거부하기 싫은' 세금 감면을 꺼내든 것.
◆與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등 인하 방침"=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정부측과 여러 차례 논의 끝에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등에 대한 요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감세의 대상은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세와 부동산세 등 크게 4가지를 축으로 삼고 있다.
먼저 소득세는 중산층 세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춰 과표 구간을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만 한나라당이 과표 구간을 상향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정부는 구간별 소득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또 생활필수품 등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품목들의 부가가치세를 줄이거나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 또 재산세 인하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같은 부동산 감세 정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감세 수혜자 범위 놓고 논란 확산=한나라당은 이같은 감세 정책이 고소득자와 대기업보다는 서민 중산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인하 폭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의 감세 드라이브는 '친서민'으로 포장됐을 뿐, 결론은 '친기업'(business friendly)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대기업과 특정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갈 뿐인데도, 이를 '조삼모사'식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터져나오고 있다.
야권이 즉각 한나라당의 감세 정책을 '생색내기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재산세 인하와 양도세 감면은 곧 상류권 2%를 위한 종부세 완화로 이어질 것이며,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 역시 실질적 혜택이 큰 대기업을 위한 중간 수순이라는 것.
이와 관련, 민주당은 "소수 특권 계층을 위한 무차별적 감세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역시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포퓰리즘"이라며 감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실패'로 결론난 '부시 감세' 전철 되밟나=정치권 일각에서는 여권의 이번 감세 드라이브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그러했듯, 오히려 경제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라크전 강행 이후 정치적, 경제적 위기에 몰린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3년부터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을 2011년까지 한시적으로 35% 인하했다.
현 여권과 마찬가지로 '경기 활성화' 명목의 '지지율 반전용' 감세 정책을 편 것.
감세가 실질적인 소득 증대 효과로 이어지면서, 소비를 촉진시켜 경기의 '선(善)순환'을 불러올 것이란 게 그 근거 논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감세 정책은 세금 부담이 큰 '부자들만의 혜택'으로 돌아가면서, 부(富)의 불균형과 경기 침체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전임 클린턴 정부로부터 약 128조원의 재정 흑자를 넘겨받았음에도, 차기 정권에는 2011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할 '최악의 회계장부'를 넘겨줄 형편에 놓여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선례(先例)를 의식한 듯 "전방위적 감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세수가 증대돼 감세 여력은 충분하다"며 세간의 세수(稅收) 부족 우려도 일축했다.
그러나 작년과 달리 기록적 고유가와 고물가가 국내 경제를 덮친 상황인만큼, 이번 감세 정책이 결국 세수 부족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惡)순환'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2008-08-03 오후 10:33:20